우크라이나에서의 대학 생활을 꿈꿨지만 전쟁으로 인해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한국으로 온 한 학생이 있다. 숙명여대 글로벌융합학부 25학번으로 입학한 솔로니첸코 베로니카(25). 그녀의 서울살이와 학업 도전기를 소개한다.
우크라이나에서 한국까지, 험난했던 여정
베로니카는 우크라이나 중남부의 공업 도시 드니프로 출신이다. 2021년, 현지 대학의 건축학과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하며 미래를 설계하던 그녀의 꿈은 2022년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무너졌다.
전쟁이 시작되자 그녀는 안전을 위해 욕실과 내력벽 근처에서 잠을 자야 했다. 결국 열흘 만에 우크라이나를 떠나야 했고, 8일간의 긴 여정 끝에 폴란드에 도착했다. 이후 3개월 동안 폴란드에서 친척 집에 머물렀고, 9개월 동안 독일에서 공공주택 생활을 했다. 이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학업에 대한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그녀는 "어디에서든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며 새로운 도전을 다짐했다.
한국 유학을 결심하다
베로니카는 어릴 적부터 한국인 친구들과 펜팔을 하며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한국으로 오는 길은 쉽지 않았다. 여권 없이 집을 떠나온 탓에 입국 절차가 복잡했고, 가족들의 반대도 컸다. 유럽에서의 삶이 더 안정적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그녀는 한국에서 공부하기 위해 가족들을 설득했다.
2023년, 서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그녀는 원어민 수준의 실력을 목표로 밤낮없이 노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숙명여대 글로벌융합학부에 입학하며 본격적인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에서 즐기는 문화 생활과 학업
서울 생활 3년 차에 접어든 베로니카는 한국 문화에 빠져 있다. 블랙핑크의 노래를 즐겨 듣고, 미술관과 전시회를 찾아다니며 한국의 예술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코스메틱과 패션 관련 인플루언서로도 활동 중이다. 어릴 적부터 한국 미용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그녀는 서울의 생활이 고향과 닮은 점이 많다고 말한다. 강이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모습, 커피 문화, 빠르게 흘러가는 생활 리듬 등이 닮아 있어 정겹다고 했다. 하지만 대중교통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문화에는 적잖은 충격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목표는 한국 기업 취업 혹은 석사 과정 진학
베로니카는 원래 건축학을 전공하려 했지만, 현재는 경영학과 특히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졸업 후에는 한국 기업에서 일하거나 석사 과정을 밟을 계획이다.
그녀는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면서도, 목표와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떤 전쟁도 목표를 가진 사람을 막을 수 없다"는 그녀의 말처럼, 베로니카는 서울에서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